국제수로기구, 동해-일본해 병기 검토

해역명칭 표준화를 관장하는 국제수로기구(IHO)가 공식 책자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IHO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중인 제20차 유엔지명전문가 회의에서 “한국과 일본간에 있는 바다의 명칭 문제와 관련, 두가지 이름을 모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 “오는 2002년 발간 예정인 ‘바다의 경계’에 이같은 입장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수로 업무의 협력 증진 및 해역명칭 표준화를 관장하는 정부간 기구인 IHO가 공식 책자인 ‘바다의 경계’ 5차 개정시 두가지 이름을 병기할 경우, 정부의 동해표기문제 해결 노력은 결정적 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해’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19년 창설된 IHO가 1929년 발간한 ‘해양의 경계’라는 책자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면서 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해의 명칭은 지난 수세기 동안 ‘동해(East Sea)’, ‘동양해(Orintal Sea)’, ‘한국해(Sea of Kora)’, ‘일본해(Sea of Japan)’ 등으로 표기되다가 노일전쟁(1904-1905년) 이후 일본의 국제적 영향력이 급신장하면서 ‘일본해’라는 명칭이 자주 사용됐고 IHO가 ‘해양의 경계’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었다. 당시 한국은 일제 식민통치 시기로 항의할 수 없는 처지였고 세계 다른 나라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은 그동안 한국의 동해 표기문제 해결노력과 지난달 미국지리학협회(NGS)의 ‘동해.일본해 병기’ 결정 등을 설명하고, “지명에 관한 분쟁시 당사국간 합의때까지 분쟁 지명을 병기한다”는 국제 지명표기의 일반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 대표단은 “국제적으로 ‘일본해’ 단일 표기가 확립돼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지명 전문가 회의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지명전문가 회의는 각국의 의견을 취합, 매 5년마다 열리는 유엔 지명표준화회의에 제출하는 유엔 기구이다.

지난 98년 1월 열린 제7차 유엔 지명표준화회의는 한.일 양국이 동해 표기문제를 협의, 해결할 것을 권고했으나 이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을 꺼리는 일본은 한국측의 협상 요구를 매번 거부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