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표기’ 새 난관 함께 극복해야

국제수로기구가 세계 해도 작성의 표준이 되는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 발간을 앞두고 내놓았던 일본해 단독표기 지도 삭제안을 돌연 철회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간에 동해와 일본해 표기를 놓고 벌인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우리쪽에 매우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하던 논의가 일본쪽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뒤집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수로기구는 1953년 발간된 ‘해양의 경계’ 3차 개정판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왔으나, 이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우리쪽의 항의와 관련국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이름을 병기할 것을 권고한 자체 결의 등을 고려해 제4차 개정판에는 동해해역 부분 페이지를 백지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11월말까지 이에 대한 회원국 찬반투표를 실시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일본해 단독표기를 고수하려는 일본쪽의 집중적인 로비가 작용해 진행중인 투표를 철회한다는 비상식적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우리는 이달초 새로 구성된 3인의 이사진이 확립된 원칙과 국제관행에 역행하는 일방적 결정을 한 것에 충격과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동해가 일본해로 통용된 배경에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작용했고, 국제적으로 이의 부당성이 인정돼 우리 주장대로 병기하는 쪽으로 가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여기에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안이하게 대응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일본 정부와 언론 등 민간단체들이 발벗고 뛰는데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대처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제수로기구가 잘못된 결정을 취소하고 ‘동해/일본해’ 병기를 받아들이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양쪽이 동의하는 제3의 이름을 정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동해 이름을 되찾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해온 민간단체들이나 네티즌 모임 등도 국제수로기구의 부당한 결정에 항의하고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2002-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