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학술 토론회] "문화재 환수 협력을"

남북 역사학자들이 25일 평양서 한 자리에 모여 일제의 약탈문화재 반환,동해의 일본해 표기 부당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일보사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준비위원회 등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남북학술교류협회 준비위가 주관한 토론회는 2001년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남북 역사학자 정례교류의 하나로, 이번이 네 번째다.

행사는 지난해 남북 역사학자들이 해마다 2, 8월 두 차례 정기로 남북공동학술대회를 갖기로 합의한 뒤,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의미가 새롭다. 여기에 역사학자들과 함께 방북한 한의학자, 건축공학자들이 방북기간인 28일까지 북쪽 학자들과 토론회, 간담회 등을 잇따라 가질 예정이어서 남북 교류의 폭을 넓히는 성과도 기대된다.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서 이날 오전에 열린 ‘일제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남북공동학술토론회 및 자료전시회’에서 기조 발언에 나선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내년까지 남북공동으로 역사학자가 할 일이 무척 많다”며 “이웃 국가의 역사왜곡에 냉철한 실사구시 정신으로 대응해야 하며 남북이자료를 교환하고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은 일본의 우리 문화재 소장현황을 소개하면서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6만4,000여 점이나 되며,대부분이 일본의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개인이 소장”이라며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유출 문화재를 외교경로를 통해 부단히 반환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우 한신대 박물관장은 개항 이후 일제의 우리 문화재약탈 과정을 설명한 뒤 “북일 수교 과정에서 거론될 문화재 반환문제에서남북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측에서는 김은택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강좌장의 기조 발언에 이어리훈혁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연구사, 박학철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김 강좌장은 “일본의 문화재 약탈은 식민 통치기구와 하수인을 총동원해 국제법을 유린한 범죄 행위”라며 “일본은 조선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무조건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연구사는 “일제는 강점기의 조선문화재 조사를 통해 약탈은 물론 ‘광개토왕릉비 위조’ 등 역사왜곡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역시 “세계 역사에서 일본처럼 문화재 약탈을 국가시책으로 벌인 경우를찾을 수 없다”며 “북남학자들이 앞장서 철저한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후에는 인민문화궁전에서 ‘일본해 표기의 부당성에 대한 남북학술토론회’가 열렸다. 기조 발언한 북측의 허종호 조선역사학회 위원장은 “일본해라는 표현은 원래 일본열도 동쪽의 태평양을 지칭한 것”이라며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전 과정은 일제의 조선침략과 식민지배의 범죄적 산물로 철저하게 조선 병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영환 조선역사학회 서기장과 공명성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근대사실장 역시 주제발표에서 과학적인 지도제작기술이 발전하기 이전 15, 16세기 유럽이나 중국의 지도는 물론 미국 의회도서관 등에 보관된 고지도의80~90% 이상이 ‘동해’ ‘고려해’ ‘조선해’ 등으로 표기되어 있는 일본해 표기는 역사의 왜곡날조라고 지적했다.

남측 발표자로 나선 이기석 서울대 교수는 “최근 10여년 학계와 민간단체의 광범위한 홍보활동으로 여러 세계지도들이 ‘일본해’ 표기를 수정하거나 ‘동해’ 병기 또는 아예 바다 이름을 표기하지 않고 있다”며 “장단기계획을 수립해 일본해 표기추방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태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실장은 ‘우리 민족의 동해 인식에 관한연구’에서 고구려 이후 동해라는 이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사료에 근거해 짚었다. 남북학자들은 토론회를 마치며 호소문과 함께 유네스코에 보내는 공동 명의의 편지도 채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북학자, 평양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여했으며, 특히 조선미술박물관 1층 로비에서는 고려대박물관과 조선미술박물관이 준비한 120여 장의 일제 약탈문화재 사진자료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일보 2004-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