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아닌 '한국해' 표기로 복원해야"

28일부터 매주 월요일 한국일보에 ‘한국해인가, 동해인가’를 연재하는 미술사학자 이돈수(38)씨는 정부와 민간이 20년 넘게 함께 펼쳐온 ‘한국해’ 복원 문제가 이제는 결실을 봐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국제수로기구(IHO)가 지난해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해도(海道) 작성의 기준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책자를 내기로 하면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결정하는 등 상황은 물론 좋지 않다. 그런데 왜 ‘동해’가 아니고 ‘한국해’인가.

“일본해에 맞서 우리식 바다 표기를 주장하는 운동에서 최근 ‘OrientalSea’ ‘Eastern Sea’ 등 ‘동해’식 표기 경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 고지도에는 ‘한국해’ 표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고서적 수집을 시작한 이씨는 지금까지 서양 고지도만 350여 점을 모았다. 하지만 그 중 ‘동해’식 표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이 ‘한국해’ 식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한일 양국이 고지도 등을 근거로 맞서는 상황에서, ‘동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혼란이 가중되거나 자칫 논리 싸움에서 밀릴 수있다”고 우려한다. 그런 점에서 이씨는, 정부가 관철하려는 ‘동해(EastSea)’ 표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이번 연재에서 한국해 표기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 일본의 한반도 침략이 본격화하면서 한국해 표기가 사라졌다는 사실 등을 서양 고지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17세기 말까지 지금의 동해와 대한해협을 함께 이르는 한국해 표기가 차츰 ‘일본해’로 바뀌는 과정, 서해와 남중국해가 한국해로 표시된 사정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씨는 스페인에 유학하던 1990년에 대학 근처 헌책방에서 프랑스판 한반도 지도를 발견하고 매료돼 고지도 수집에 열을 올렸다. 귀국 후 홍익대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10여 년 동안 지도를 모았는데 모두 한국해 표기 변화에 초점을 둔 것들이다. 16세기부터 1830년 이전의 한국 관련 서양 고지도 말고도 그 시기에 나온 한국 고지도 관련 정보를 800점 이상 모았다.

“프랑스, 독일,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고지도ㆍ고서적 수집 전문가와 수시로 연락해 정보를 얻습니다. 해마다 마이애미, 베를린 등의 고지도시장을 찾아 다니는 스페인 사람 곤잘로 폰테스는 제게 특히 큰 도움을 줍니다.” 결혼하며 마련한 아파트, 아르바이트로 어렵사리 번 돈들이 모두이 돈 안 되는 취미 생활에 바쳐졌지만 미련은 없다.

그 동안 모은 고지도와 한국을 다룬 해외 신문, 엽서 등 자료를 모아 최근‘코리아니티닷컴’(www.koreanity.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도 열었다.“사진과 그림, 지도 등을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결심하고 지금까지 관련 자료 2만 여 점을 모았습니다. 이제 그 자료들을 하나 하나 사이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고지도의 형태 변화와 지도 편년 방법을 다룬 책도 낼 계획이다.

(한국일보 2004-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