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간도·동해 古지도에서 해결 실마리

고지도는 서울대 규장각 6,000여종을 비롯해 고려대·성신여대 등 대학박물관, 국립·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다른 고서·유물에 비해 비교적 자료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풍부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역사·문화 자료로서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영인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전시 기회도 많지 않다.

국내 고지도 영인작업은 불과 10여년 전 시작됐다. 1995년 국보급 전국지도집인 ‘해동지도’ 3권을 간행한 것이 대중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해동지도’ 중 2권은 370개의 원본지도를 천연색으로 영인한 것이고, 나머지 1권은 고지도에 관한 연구논문과 3만8천여개 지명을 포괄한 색인집과 통계표를 수록했다. 지역에서는 전라도와 강화에서 지역 고지도 영인작업이 이루어졌다.

한영우 한림대 한국학연구소장은 “우리 고지도는 세계 각국 고지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적이라는 것이 세계 지도학자의 공통된 평가”라며 “그런데도 실상을 거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지도의 영인작업이 기술적으로 힘들고 예산 문제로 활발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몇년 사이 고지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 영인작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국보 249호 ‘동궐도’는 내년 5월부터 상설 전시장을 통해 복제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고려대박물관은 1년여에 걸쳐 ‘동궐도’를 실물 크기로 복제했다. 진본을 공개하기 어려워 복제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복제본은 비단에 그려진 진본과 달리 한지에 그렸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지난 3일 서울대 규장각과 공동으로 김정호의 ‘동여도’ 등 전국지도와 전국 주요 지역 고지도 영인본 등 50여점을 특별 전시했다. 성신여대박물관은 지난 3월 소장하고 있는 보물 850호 ‘대동여지도’를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전시했다. ‘대동여지도’는 총 22권의 절첩식 지도로 전시를 위해 펼치는 데만 1시간이 걸려 화제가 됐다.

배성환 고려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고지도는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가장 입체적인 시각자료로 영인작업과 함께 이해를 돕는 해설서를 출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고지도에 대한 일반인의 높은 관심이 고지도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지도를 필사하는 최현길씨는 “고지도는 미술작품으로도 손색없기 때문에 공공기관 건물이나 가정에서 인쇄 복사본이라도 한점씩 걸어둔다면 우리 것에 대한 친근함과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동해’ ‘독도’ 등의 해외 지도상 표기문제나 간도지역 ‘우리땅 되찾기’의 해법도 고지도에 대한 애정과 연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 김우준 교수는 1718년 중국 청나라에서 제작한 황여전람도를 원본으로 프랑스 등이 제작한 고지도에는 간도지역이 조선영토로 표기돼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뒤 알드(1740년)와 보공디(1750년), 영국의 윌킨슨(1794년)이 제작한 지도에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3개 성이 위치한 중국 환런(桓仁)과 지안(集安)지역 등 간도지역이 모두 조선 영토로 표기돼 있다는 것. 그는 “중국이 간도지역의 모든 고구려 유적을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 지도는 고구려 땅이 우리 영토임을 중국 스스로 인정한 증거”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04-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