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인가, 동해인가] <8> '한국해' 정당성 훼손

동중국해의 한국해 표기는 1816년 빈에서 제작된 지도에 처음 나타난다.그리고 1830년대에 프랑스 지도제작자 라피에(Lapie)가 일반화했다. 그 후1830~40년대 스페인 지도들도 라피에의 영향을 받아 이 표기를 썼고, 1864년까지 프랑스 지도에 이런 표기가 지속됐다.

그러나 영국의 일부 지도와 새롭게 지도제작에 참여한 미국의 지도에서는1840년대까지 동해가 한국해만으로 단독 표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이 18세기 말까지 자력으로 지도를 제작하면서 지금의 동해에 어떤 표기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의 동해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았거나 자국 영토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19세기에 들어서면 일본 지도들이 동해 영역에 바다이름을 적기 시작한다. 그러나 19세기 전반에 걸쳐 제작된 많은 일본 지도에서 한국해 단독 표기나, 한국해ㆍ일본해 병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일본해 표기를 20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해왔다고 주장하지만 반론의 여지가 충분하다.

한편 1836년 프랑스의 뒤포르(Dufour)가 제작한 아시아지도에서는 지금의동중국해를 ‘Mer Orientale ou de Coree’라고 ‘동해 또는 한국해’로 병기했다. 지금의 동해를 ‘한국해 또는 일본해’로 표기하는 현상과 동일하다. 여기서 ‘또는’은 영역을 나누어 따로 표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성격이 다른 표기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대립구도를 거쳐 결국 한 가지 표기가 선택돼 정착된다. ‘Eastern Sea’가 선택된다면 ‘Sea of Korea’는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우리는 동해(Eastern Sea) 표기를 주장하면서 한국해(Sea of Korea)로 표기된 많은 지도들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Eastern Sea’와 ‘Sea of Korea’는 의미가 다른 별개의 명칭이다. 더구나 한 번도 사용한적이 없는 ‘East Sea’ 표기를 주장하면서 ‘Sea of Korea’로 표기된 지도를 자료로 제시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East Sea’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이름을 새롭게 주장하는 것이고, ‘Sea of Korea’는 고지도 자료에 근거해 영토 표기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돈수ㆍ미술사학자>

(한국일보 2004-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