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토-역사 전쟁 나서…주도권 잡기 포석

독도와 동해, 자국 영토 주장…왜곡 역사 교과서도 채택

일본도 영토와 역사 전쟁에 적극 나서는 등 '국익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 앞으로 한국과 중국 등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처럼 영토-역사 문제를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향후 급변하는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세 변화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일본 외무성은 2005년도 예산안의 중점 과제를 '국민을 지키고, 주장하는 일본외교'로 정하고 국익과 관련한 문제에 적극 대응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일본 우파 일간지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국익외교를 내년 외교정책의 중점목표로 정했다면서 우선 동해 표기를 일본해로 정착시키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가기관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도록 요청하고, 독도에 대해서도 한국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수집, 간행물로 편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8월 26일자) 일본 외무성은 이에 따라 필요한 7억8, 000만 엔의 경비를 내년 예산에 반영해 줄 것을 재무성에 요청했다.

日, 국익 외교 표방…韓中과 마찰 불구, 영토 문제 강경 입장

일본 정부는 또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등에서의 해저자원 탐사를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륙붕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의 대륙붕기구 위원과 지질학자 등을 초청해 심포지엄을 개최키로 했다. 이와 관련, 일본 극우 일간지 《산케이(産經)》신문은 경제산업성과 에너지청이 중국이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해저부존자원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100억엔 이상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8월 26일자) 이는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올해 자원탐사 예산의 3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외교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한-중-일 3국은 본격적으로 영토 분쟁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와 함께 러시아에게도 영토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지시에 따라 내년 초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북방 4개 섬의 반환 문제를 적극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북방 4개 섬 반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이와 관련, 《교도(共同)》통신은 고이즈미 총리가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내달 2일 북방 4개 섬을 해상 시찰한다고 보도했다.(8월 26일자)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시찰은 일본 현직 총리로는 3번째이며 해상 시찰은 처음이다. 일본 총리 중 스즈키 젠코(鈴木善幸)(1981년 9월)와 모리 요시로(森喜朗)(2001년 4월) 전 총리가 각각 재임 중 헬리콥터로 북방영토를 시찰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가 영유권 분쟁과 관련,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이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정치권 등 일본 사회가 우경화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집권 자민당은 내년 중 마련할 헌법 개정안을 의식, 더욱 강경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 등을 의식, 이웃 국가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영유권 문제에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각국에 적극 홍보…주한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에 이미 기술

일본정부는 동해 표기와 관련, 18세기 말 이후 유럽에서 제작된 지도에 일본해 명칭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20세기 초반 일본해로 정착됐다는 점등을 들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1650년대 돗토리현 영주가 마쓰시마라는 이 섬을 도쿠가와 막부에서 하사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 데다 1905년 2월 각의 결정이 있었고 시마네현이 영유권을 재확인했다는 점을 내세워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주한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http://www.kr.emb-japan.go.jp/other/other_075.htm)에 독도가 자국 땅이며 동해가 일본해라는 근거까지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이 홈페이지에 일본 정부가 기술한 내용에 따르면 2000년 8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세계 60개국에서 시판되는 392점의 지도를 조사한 결과, 381점(97.2%)이 영어 혹은 현지어로 일본해라는 명칭만을 사용하고 있었고, 동해라는 호칭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도는 단 한 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아주 소수의 지도가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고 이 경우에도 일본해 표기가 먼저였다면서 표준 호칭으로 일본해가 완전히 확립돼 있다고 강변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동해' 표기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세계의 지리학적 질서를 혼란시킨다'고 비판했다.

독도 문제의 경우, 일본 정부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명백한 자국 영토이며 한국은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도 독도는 조선의 영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중국해도 中에 양보 못해…북방 4개 섬도 러시아에 반환 요구

중국과의 동중국해 분쟁의 경우, 일본 정부는 천연가스 채굴을 둘러싼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 문제에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중간 수역에 채굴시설을 건립한 데 맞서 일본도 탐사활동을 시작하는 등 양국은 첨예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의 반일감정에 대한 일본의 반중감정도 만만치 않은데다 인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대한 영유권 문제까지 겹쳐 사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구나시리(國後), 에토로후(擇捉) 등 북방 4개 섬의 경우, 일본은 반드시 러시아로부터 이 섬들을 돌려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배한 후 구 소련군이 진주해 지금까지 러시아가 점유하고 있는 북방4개 섬은 실향민과 자손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방 4개 섬이 러시아가 불법점거하고 있는 자국 영토이며 러시아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도 교육위, 극우단체의 왜곡 교과서 채택…군대위안부 문제 일본의 잘못 부분 삭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듯 일본 극우 단체인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2차 대전을 왜곡하는 내용의 교과서를 제작, 일선 학교의 교과서로 채택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1997년 도쿄(東京) 대학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 등이 중심이 된 새역모는 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에 의해 진행된 일본의 전후개혁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 등 과거의 일본 역사를 정당화하는 등 이른바 '자유사관에 입각한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도쿄(東京)도 교육위원회는 26일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하쿠오(白鷗)고교 부속 중학교가 사용할 역사교과서로 새역모가 만든 후소샤(扶桑社)판을 채택키로 결정했다. 도쿄도의 새역모 교과서 채택은 내년 8월로 예정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공립중학교 역사교과서 채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작된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는 난징(南京)학살과 조선인 및 군대위안부 강제연행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의 잘못 부분을 삭제했다.

난징 학살 사건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문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며, 군대 위안부 문제도 한국이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새역모의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는 지난 2000년 7월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 2001년 4월 승인을 받았다. 검정 당시 한일 합병은 '합법적으로 행해졌으며 동아시아를 안정시켰다'고 기술하거나 한국인이나 중국인의 강제연행 부분을 왜곡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었다.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는 또 2차 대전을 대동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일본 침략을 미화하고, 식민지배가 조선 근대화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바 있다.

中, 역사 왜곡에 강경 대응…韓, 중일의 역사.영토 전쟁 대비해야

중국은 일본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 국익 외교 차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밝히자 중국 언론들이 일본을 '자격미달 국가'라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일본은 정치 거인을 꿈꾸고 있지만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8월 25일자 보도) 이 통신은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하는 것은 2차 대전 당시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등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왜곡 역사교과서 채택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왜곡 문제에도 강경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한국이 일본에도 역시 소극적인 대처만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이 대응을 제대로 못할 경우 동북아의 역사-영토 전쟁에서 중국과 일본의 만만한 '먹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업코리아 2004-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