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 ‘지명논쟁’

“당신이 찾는 그런 ‘만(Gulf)’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페르시아만(Persian Gulf)으로 다시 시도해보세요. 역사 공부도 좀 더 하시고요.”

인터넷 검색 도중 웹페이지를 잘못 찾았을 때 뜨는 메시지가 아니다. 이란 네티즌들이 백방으로 뛴 끝에 검색엔진 구글 검색창에 ‘아라비아만(Arabian Gulf)’을 치면 자동으로 화면에 뜨게 만든 것이다.

3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최근 걸프만을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으로 표기했다가 이란인들의 격분을 자아냈다. ‘페르시아만’에 ‘아라비아만’을 함께 표기함으로써 이란의 ‘유구한 역사와 문명을 공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물러서지 않았다. 페르시아만이 첫번째 이름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널리 통용되는 다른 이름이 있을 경우 그 이름도 괄호 안에 병기해주는 것이 지도제작 관행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란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판매를 이란 내에서 금지하고 해당 기자들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동해 대(對) 일본해’ 논쟁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일들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에 전쟁까지 갔던 ‘포클랜드 섬(영국)’을 아르헨티나는 ‘말비나스 제도’로 부르고 있다.

또 러·일간 영유권 분쟁이 한창인 ‘북방영토(일본)’를 러시아는 ‘쿠릴 열도’로 고집한다.

이밖에도 ‘요르단강 서안(이스라엘) 대 유대 및 사마리아 지역(팔레스타인)’ ‘마케도니아(마케도니아) 대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그리스)’ 등이 지명싸움이 치열한 곳이다.

(경향신문 / 손제민 기자 200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