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國富''가 나온다 
제주 남쪽 동중국해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대륙붕에는 바다영토 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중국·일본 3국은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해 대륙붕에서 자원을 선점하기 ‘바다 삼국지’로 불릴 만큼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또 일본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최근에 독도 우표를 발행하는 등 영해 확장에 혈안이 돼 있다. 국내 연안뿐 아니라 남극과 북극, 태평양 심해저 등 국외에서도 미지의 자원보고인 해양 개발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열강들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막 오른 해양주권 시대 = 21세기는 해양시대다. 지식정보화와 더불어 세계화와 해양화가 어우러진 ‘청색혁명(blue revolution)’ 시대, 즉 해양주권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인류가 안고 있는 식량·자원·공간·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고이기 때문이다.

바다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메탄수화물이 10조t 정도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양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석유 가스 석탄 등 모든 화석연료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것이다. 본격적인 실용화 기술이 개발되면 전 인류의 에너지 문제가 단번에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또 해양에는 육지생물의 7배에 달하는 30만여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심해저는 망간 니켈 코발트 등 유용한 전략금속이 다량 분포하고 석유생산량의 30%가 해양유전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광물자원의 보고(寶庫)이다.

해양수산부 전기정 해양정책 과장은 “세계 각국은 새천년을 맞아 인류 공동의 과제인 자원 고갈과 지구환경 변화의 해법을 해양에서 찾고 있다”면서 “해양영토 선점을 위해 해양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바다가 ‘해양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지난해 발표한 ‘21세기 해양정책 청사진’은 바로 해양주권 확보를 위해 각국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 청사진을 통해 해양이 미국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가능한 해양자원 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해양과학기술 개발 등의 예산을 대폭 늘리고 이를 적극 지원할 행정체제의 필요성을 재삼 역설했다.

또 다른 해양대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2003년 국가의 10개년 해양정책인 ‘장기적 전망의 일본 해양개발 기본구상 및 추진 방안’을 수립해 해양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가 하면, 중국 인도네시아 등 후발 해양국가들도 해양전략을 다시 세워 속속 해양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 거듭난다 =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대륙붕 면적은 남한 육지 면적(9만9000㎢)의 4.5배인 35만㎢에 이른다.

또 우리나라는 1만2000㎞에 이르는 긴 해안선, 국토면적의 3%에 달하는 세계 5대 갯벌자원과 3200여개의 도서를 가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 성장축으로 부상하는 동북아경제권의 구심점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이점을 최대한 살려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로 자리잡는 한편 해양강국을 향한 야심 찬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해양부는 앞으로 10년간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항만·물류기술과 해양광물자원 개발 등 14개 첨단해양과학 분야에 3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자원 확보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태평양 등 심해저 광물자원의 상용화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2013년까지 망간 니켈 코발트 등 전략자원의 자급률을 30%까지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들 자원의 2003년 기준 자급률은 1%에 불과하다. 또 자원의 새로운 보고로 떠오르는 남극에도 제2 기지를 설립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해양을 지배해야 세계를 지배한다”

‘해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

세계적인 해양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등은 이 같은 모토를 철저히 인식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일찍부터 해양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국가발전의 동력원으로 삼고 다양한 해양화 전략을 추진해 온 것이다. 또 새천년 들어서도 한 단계 도약한 새로운 전략 구축을 통해 해양을 국부 창출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해양을 둘러싼 사회환경이 급속히 변함에 따라 지금까지 ‘이용’에 중점을 두던 해양정책을 재검토해 ‘지속가능한 해양이용’으로 정책 틀을 바꿨다. 이를 위해 친환경적인 해양 보전과 이용 및 연구라는균형 잡힌 해양정책을 제시했다. 또 해양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제 협력관계가 필수라고 보고, 국제적인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인식해 국제사회 공헌과 균형을 맞추는 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은 21세기 해양정책을 짜기 위해 ‘2000년 해양법’에 근거해 ‘해양정책심의회’를 설치하는 등 해양주권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세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해양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해양 관련 인적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1970년대 초부터 연안지역의 중요성을 인식, 72년에는 연안지역 관리법을 만드는 등 세계 최초로 포괄적 해양기본법을 제정해 해양강국의 초석을 마련했다. 또 2002년 7월 해양 관련 기본전략인 ‘캐나다의 해양전략’을 세워 국내 하천 연안과 해양생태계 보전 대책을 마련했다.

이는 장래 해양관리를 위한 비전과 원칙 및 정책목표를 규정하는 것으로, 캐나다정부의 해양 관련 개발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국 역시 2002년 5월 해양전략백서를 내놓는 등 세계 각국이 해양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해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해 왔다”며 “우리나라도 남극 및 심해저광구 개발, 항만건설, 해운물류 등 해양주권 확보를 위한 행정체계 정비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박종훈 기자 2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