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지명 표준화 적극 추진을

‘울릉분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울릉군내에 있는 작은 분지가 아닌가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울릉분지는 울릉도에서 독도, 강원도 일원에 이르는 동해바다 밑 해저의 이름이다. 또 ‘동해의 심장’이라 불리는 ‘왕돌초’가 울진군 후포 앞바다의 큰 암초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라산, 한강 등 육지에 고유 이름이 있듯이 바다와 바다 밑 땅에도 이름이 있다. 이를 ‘해양지명(海洋地名)’이라 하는데 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양·해협·만(灣)·포(浦) 및 수로 등의 해상이름과 초(礁)·퇴(堆)·해저협곡·해저분지·해저산·해저산맥·해령(海嶺) 및 해구(海溝) 등의 해저지형의 이름을 말한다. 그러나 해양지명은 육상지명과는 달리 그동안 국내 해양지명표준화를 위한 기구가 없어, 과거의 관습이나 종래의 해양지명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혼동해서 명칭을 사용하고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우리의 이름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 실례로, 2,000년간 고유하게 불려온 동해 명칭은 세계의 많은 지도에서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제 식민지 하에 있던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가 세계의 모든 바다 이름을 하나로 표준화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책자에 ‘동해’가 ‘일본해’로 공식화되면서 세계지도상에서 동해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할해역 내인 울릉분지는 이미 일본에서 국제기구에 ‘쓰시마분지’라고 등록하여 우리 관할해역의 해양지명을 일본 이름으로 국제사회에 유통시키려고 획책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히도 2002년도에 우리나라 해양지명에 관한 국내외 공식기구로서 해양수산부에 ‘해양지명위원회’가 발족되어, 해양지명표준화 편람을 마련하고 울진군 후포 앞바다의 큰 암초인 ‘왕돌초’ 등 11개의 해양지명을 제정·고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은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해양지명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을 통하여 우리 관할해역 내의 해양지명을 모두 제정하고, 기존의 관습과 구전 등을 통해 여러 이름을 혼돈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해양지명을 단일지명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예를 들어 ‘울릉분지’ 또는 ‘울릉도분지’ 등과 같이 일부 전문가와 연구기관에서 임의로 사용하고 있는 해양지명을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우리 해양지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초·중등 교과서에 이를 수록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할 것이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우리 지명이 공식화되고 세계지도에서 우리의 해양지명이 널리 표기될 수 있도록 IHO, 정부간해양과학위원회(IOC) 등 해양지명 관련 국제기구에 상정하여 국제표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나라의 해양영토를 올바르게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곽인섭 / 국립해양조사원장>

(경향신문 2005-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