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자민당 압승..고이즈미 도박 대성공

연립여당 개헌발의선 넘는 327석 확보 대통령형 총리될 듯, 임기연장론 공론화 전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정치적 도박이 대성공을 거뒀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은 11일 실시된 총선거(중의원 선거) 개표결과, 단독으로 모든 상임위원회의 과반과 위원장을 차지해 중의원을 완전 장악하는 절대안정의석(269석)을 크게 웃도는 296석을 확보했다.

특히 31석을 얻은 공명당과 합쳐 연립여당은 개헌발의선인 3분의2(320석)를 넘는 327석을 획득, 일본 정치권의 개헌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게됐다.

선거전을 `우정민영화 찬성, 반대' 또는 `개혁대 반개혁'의 단일 주제로 몰고간 고이즈미 총리의 선거전략이 압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당별 의석수는 자민당이 공고 전 212석을 크게 뛰어넘은 296석,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공고 전 177석에 훨씬 못미치는 113석, 공명당 31석, 공산당 9석, 사민당 7석,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 중심의 신당 5석 및 반란파 무소속 13석, 순수무소속 및 기타 6석 등이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얻기는 1990년 이래 15년만이다. 특히 1996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실시된 선거에서는 처음이다. 자민당은 도쿄 24개 소선거구에서 23개를 휩쓰는 등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었던 도시권에서 민주당을 제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2일을 전후해 중의원 특별회의를 소집, 총리로 재선출된 후 우정민영화법안을 다시 제출, 중.참의원에서 통과시킨 후 내각과 자민당 당직 인선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라크 주둔 자위대의 파견 재연장을 강행하고 오는 11월 자민당 개헌초안을 발표, 개헌을 공론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압승으로 반대파가 `독재자'라고 부를 만큼 매사에 독선적인 정치스타일과 리더십이 한층 강화돼 문자 그대로 `대통령형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주위의 관측이다.

압승을 계기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연장론이 공론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말까지다.

본인은 임기연장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더라도 그는 내년 4월5일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1천806일을 넘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에 이어 전후 3번째 장수총리가 된다.

또 예정대로 퇴임하더라도 `킹 메이커'로서 일본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선거결과가 '몰락'에 가까운 참패로 나타남에 따라 당의 존립기반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67.51%로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 / 이해영.신지홍 특파원 2005-9-12) 

일본 열도가 경악했다

11일 일본 총선 투표가 마감된 직후 일제히 발표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는 일본 열도를 경악시켰다. 자민당이 300석을 넘는 역사적 대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자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도쿄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호하는 자민 = 출구조사 발표에 이어 자민당 후보의 당선 소식이 잇따라 전달되자 자민당에선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이날 밤 10시 넘어 자민당 본부에 나타나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승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4년4개월간 총리로서 다양한 개혁을 추진해 왔으며 국민들이 지지로 화답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임기 연장론에 대해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와 함께 총리직에서 물러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대표직에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친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패배 때 물러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며 “선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패배 원인에 대해 “연금과 재정, 출산율 저하 문제 등 우리의 시대인식을 쟁점화했으나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정 반대파를 이끌어온 와다누키 다미스케 전 중의원 의장은 “자민당이 완전히 ‘고이즈미 당’이 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에는 그동안 민주당 성향을 보였던 ‘무당파’가 과거와 다른 투표성향을 보인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자객들의 활약 =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 반대파 죽이기를 위해 투입한 ‘여성 자객’들은 거의 대부분 정치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은 소선거구에서 패배해도 당선될 수 있도록 비례대표 상위 순위에 중복 공천이 돼 있기 때문이다.

여성 자객 1호로 발탁된 고이케 유리코(53) 환경상은 선거 중반부터 반대파의 핵심 고바야시 고키(61) 전 재무부대신을 따돌렸다. 고이케 환경상은 개인적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대도시를 휩쓴 고이즈미 열풍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재무성 과장을 지낸 가타야마 사쓰키(46)는 ‘미스 도쿄대’ 출신에 첫 여성 주계관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배경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7월 방위예산 편성을 맡은 주계관이던 그는 “잠수함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자위대 구조개혁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여성 이코노미스트 사토 유카리(44)는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로 꼽혀온 거물 노다 세이코(45) 전 우정상과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제네바 군축회의 일본대표부 대사를 지낸 이노구치 구니코(53) 조치대 교수는 도쿄권 비례대표 1순위로 선거 전에 이미 당선을 확정지었다.

일본 프로야구 구단 인수전과 <후지텔레비전> 인수전에 뛰어들어 스타로 부상한 인터넷기업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32) 사장은 지역 기반이 튼실한 가메이 시즈카 전 자민당 정조회장을 상대로 힘겨운 선거전을 벌인 끝에 밤 12시 현재 패배가 거의 확정됐다.

퇴장하는 원로들 = 이번 선거로 물러나게 된 대표적 인물은 ‘호헌의 얼굴’인 도이 다카코(76) 전 사민당 당수다. 89년 참의원 선거 때 11명의 여성 의원을 당선시키며 이른바 ‘마돈나 열풍’을 일으켰던 11선 의원인 그는 긴키권 비례대표 최하위(5위)로 입후보해 낙선이 예고됐다.

하시모토 류타로(68) 전 총리는 지난해 치과의사회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소선거구 출마를 단념하고 비례대표를 희망했으나 거부당해 42년의 정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겨레신문 / 박중언 특파원 2005-9-12) 

[日총선] 1당 독주·1인 지배체제 구축

‘고이즈미 극장’이 주인공의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자민당은 당분간 원내ㆍ외에서 제동을 걸 세력이 없는 1당 독주체제를 확보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집권당 내에서 도전자가 없는 1인 지배체제를 굳혔다. 개혁을 부르짖은 총재가 1955년 이래 계속된 자민당 통치의 힘을 부활시킨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극장의 꽃으로 관심을 모은 자객(刺客) 후보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혼전을 거듭했다. 자민당은 ‘미스 도쿄대’ 출신으로 재무성 과장을 지낸 가타야마 사쓰키(시즈오카ㆍ7구) 후보와 고이즈미 총리의 브레인인 이코노미스트 사토 유카리(기후 1구) 후보, ‘카리스마 주부’로 불리며 인기를 모아온 요리연구가 후지노 마키코(藤野眞紀子ㆍ아이치 4구) 후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ㆍ도쿄 10구) 환경성 장관 등 미녀 군단을 내세웠다. 고이케 유리코 장관은 개표 초판 승리를 확정짓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반란파 리더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자민당 정조회장과 맞붙은 호리에 다카부미(堀江貴文ㆍ히로시마 6구) 라이브도어 사장은 구 정치인의 저력에 밀려 패배했다.

가메이 전 회장은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우산도 없이 텃밭을 돌며 “자객을 보내는 것이, 이것이 민주주의냐”고 울부짖었다. 그는 11일 밤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갖고 싶은 것이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빼앗아버리는 고이즈미 정치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 스타 후보들의 승패와 관계없이 자민당은 도심부와 비례구에서의 우세로 선전으로 대세를 굳혔다. 국민신당과 신당일본을 창당해 싸우고 있는 반대파 후보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당수가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다.

일본 공산당과 사민당 등 군소 진보세력은 거대한 허리케인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선거 운동을 펼쳤다. 해산 전 9개 의석을 갖고 있었던 공산당은 “자민당이나 민주당은 근본적으로 같은 정당”이라며 “공산당을 확실한 야당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투표 직후 “기존의석 유지는 물론 비례대표구에서도 기대가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사민당은 “평화헌법 9조를 지켜내 평화로운 일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느때보다도 위기감을 느낀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대표는 선거기간중 유세거리가 1만6,500㎞에 이르는 등 ‘발로 뛰는’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민당도 “현재의 5석은 확보했다”며 자위하는 모습이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가 새로 제출할 우정개혁법안은 참의원에서도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번 참의원 본회의에서 반대하거나 기권ㆍ결석했던 자민당의 마쓰야마 마사시(松山政司) 의원 등 4명은 10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면 법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민당은 이로써 참의원 반대파들이 향후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에게 더욱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이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참의원 반대파도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자민당으로부터 22표의 반란표가 나왔었다.

(한국일보 / 김철훈 특파원 2005-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