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보며 눈물` 고이즈미 쇼크!

(사진=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을 사진과 유서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고이즈미 총리, 방송 캡쳐 화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17일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한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올 12월 일본 방문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방문은 일본 군국주의 망령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그의 가미가제에 대한 생각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이즈미는 ‘힘들때는 가미가제 특공대원을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와 관련 17일 방송된 KBS 2TV `생방송시사투나잇`은 고이즈미와 가미가제 특공대의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에 따르면 고이즈는 가고시마를 자주 찾는다. 그 곳은 전 일본 방위청 장관인 고이즈미의 부친 고이즈미 준야의 고향이다. 그런데 가고시마 방문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방송은 주장했다. 고이즈미는 가고시마에 위치한 ‘지란 평화특공회관’을 빼놓지 않고 찾는다는 것. 그 곳은 천여 명의 가미가제 특공대원들의 유서와 사진이 전시돼 있다. 방송은 그가 평화특공회관을 관람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고이즈미는 18살의 한 가미가제 특공대원이 쓴 ‘제가 죽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쿠라 꽃이여’라는 대목을 읽은 후 편지를 쓴 대원의 나이를 확인한 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뒤 사진과 유서를 보던 고이즈미는 눈물을 보였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 그는 한참동안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는 “여러분들에게 미안하다. 이런 분들을 위해 야스쿠니에 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방송은 밝혔다.

또한 고이즈미와 가미가제의 개인적인 사연이 방송에서 공개됐다. 고이즈미 총리의 고종사촌인 이료 테츠고료가 1945년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참전해 사망한 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는 것. 뿐만 아니라 고이즈미가 국회의원 초선 시절 당선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 이료 테츠고료와 같은 부대 소속인 가미가제 특공대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고이즈미의 모습은 과거 전쟁 망령에 집작하는 일본 우익의 단면이 그대로 투영돼 있었다.

(TV리포트 / 진정근 기자 2005-10-18)  

[해설] 전범을 참배하는 무도한 일본 총리

한일 우정의 해가 일본의 거듭된 무례한 행동으로 상처만 남긴 채 끝나가고 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어제 한중 양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는 특히 지난달 오사카 고등법원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뒤에 이뤄진 점에서 더욱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일본 총리도 이러한 위헌 판결과 주변국의 비난을 의식한 듯 개인 자격임을 강조하고 전통 복장 대신 양복 차림으로 참배를 했다. 그러나 참배 형식을 조금 바꾸는 것으로 전쟁 피해 당사국들의 반발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일본 국민을 대표하는 총리가 침략주의를 미화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을 개인 자격으로 볼 이웃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취임한 이래 신사참배를 해마다 계속해 왔다. 그때마다 한국과 중국정부는 거세게 항의하며 일본 대사 소환과 정상회담 취소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으로 양국이 우정의 해로 지정해 기념할 만큼 특별한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올해 봄 독도의 날 조례 지정으로 말썽을 일으키더니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뻔뻔스러움을 거듭 보였다. 여기에 총리가 신사참배까지 강행함으로써 절친한 이웃 나라로서의 예의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상처를 입건 말건 과거사가 엉망으로 왜곡되건 말건 자기네 식대로 살겠다는 뜻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무례한 이런 태도는 국제사회에서의 한일 협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APEC정상회의에서의 공조가 지장을 받을 것이고 연말의 정상회담도 불투명해 진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통한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도약은 더욱 가당찮은 꿈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일본은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아 아시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야욕을 포기해야 한다. 일본만 선린 관계 유지에 협조한다면 동북아시아는 평화적인 질서가 획기적으로 정립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매번 신사 참배중단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며 나라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외교적 실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일본의 패권주의 책동에 맹타를 가할 수 있을 것인지 체계적이고 정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한말 말만 앞세우며 일본의 침략에 허둥대다가 낭패를 당한 치욕을 기억하며 두 눈 부릅뜨고 나라의 힘을 기르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정희 CBS해설주간>

(노컷뉴스 200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