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오기에 韓-日 당분간 냉각

우리 정부의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17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한ㆍ일관계가 다시 냉각 국면에 들어갈 조짐이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례적으로 '분노'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비난했다.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비난 목소리를 높여 정부의 강경대응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한ㆍ일간 고위급 외교일정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연내 방일은 물론 당장 다음달 예정된 부산 아ㆍ태경 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ㆍ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졌다. 한ㆍ일 양국 은 다음달 18∼19일 APEC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두고도 아직 양자회담 일정을 정 하지 못했는데 우리측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감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응 방식에 있어선 외교부보다 청와대가 훨씬 강경기류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 방일은 오늘 이후로는 검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 일정에 따라 올 연말 예정된 노 대통령의 방일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APEC 기간 한ㆍ일 개별회담을 따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참배가 앞으로 한ㆍ일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인식 아래 양국 관계의 방향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청와대에 비해 신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등 한 ㆍ일간 외교 일정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현 단계서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노 대통령의 방일 문제와 부산 APEC 기간 한ㆍ일 정상회담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정치적 '자신감'이 커진 현재 상황은 교과서 파동 후 국내외적으로 코너에 몰렸던 지난 4월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신사참배를 중단시킬 수단이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한 일본전문가는 "고이즈미의 신사참배는 외교보다 국내 정치를 중시하는 스타일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에서도 말릴 사람이 없는데 외교를 통해 중단시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부산 APEC은 일본을 '손님'으로 맞는 처지에서 최소한 예우를 해줄 필요도 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백지화하는 대신 APEC 기간에는 일본이 요구하면 주최국으로서 관례적 양자회담을 하는 '분리 대응론 '도 제기되고 있다.

(매일경제 / 윤경호, 박만원 기자 200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