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어업협정 폐기 盧대통령, 부정적 입장

청와대서 전문가간 논쟁
김영구 소장 “어업협정으로 독도영유권 훼손”
김대순 교수 “중간수역에 독도·영해는 제외”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저녁 청와대로 국제법 전공 학자를 초청, 일본의 독도 도발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한일어업협정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만찬을 겸해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부총장과 김영구 려해연구소 소장은 한일어업협정으로 독도 영유권이 훼손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소장은 “독도가 포함된 중간수역에 한국과 일본 간 자원의 공동관리가 진행되는 것은 영토주권의 배타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장도 “정부는 한일어업협정의 문제점을 치유하는 단계적 방안을 치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독도를 기점으로 한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도 그 방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대순 대한국제법학회 회장(연세대 교수), 김병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한일어업협정이 독도 영유권을 포함, 국제법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님은 제 15조에 분명히 규정돼 있다”며 “독도가 중간수역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도와 그 영해(12해리)를 제외한 부분이 중간수역”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도 김대순 회장등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토론을 듣고 있던 노 대통령은 “어업협정이 폐기되면 서로 상대방 어선을 나포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고, 어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협정 폐기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제법적인 관점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물은 후, 이를 국제재판소에 맡기는 식의 대응은 적절치 않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에게 독도 문제의 역사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의 조기 설립, 외교부 조약국의 강화 등을 거론했다.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일(對日) 특별담화에서 다소 격정적으로 말한 것과는 달리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 모든 정파를 초월해서 전략적으로 차분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이하원 기자 2006-4-29)